6시즌 동안 끌어온 떡밥, 결국 그 보안관이었다고?
미드 멘탈리스트는 꽤 오랫동안 사랑받은 드라마예요. 패트릭 제인이라는 천재 컨설턴트가 아내와 딸을 죽인 연쇄살인마 레드 존을 쫓는 이야기인데, 이 레드 존의 정체가 시즌 1부터 시즌 6까지 무려 5년 넘게 끌려온 핵심 떡밥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정체가 밝혀졌을 때, 팬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은 감동보다 허탈에 가까웠어요. 레드 존이 토마스 맥칼리스터라는, 시즌 1 에피소드 2에 잠깐 나왔던 나파 밸리 보안관이었거든요. 그 뒤로 시즌 6 전까지 거의 등장도 안 한 인물이에요.
왜 이렇게 된 건지, 원래 다른 인물이 레드 존이었던 건 아닌지, 이 부분을 한번 정리해봤어요.
브루노 헬러는 처음부터 정해놓지 않았다
이게 핵심이에요. 제작자 브루노 헬러는 레드 존의 정체를 처음부터 확정해둔 게 아니었어요. 2013년 시즌 6 방영 당시 여러 인터뷰에서 본인이 직접 밝힌 내용이에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인터뷰에서 헬러는 이렇게 말했어요. "정확히 언제 정했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항상 서너 명의 후보가 있었고, 그냥 그렇게 된 거다."
할리우드 리포터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맥칼리스터를 최종 선택한 건 방영 약 1년 전이었다고 해요. 다른 후보들을 신중하게 저울질한 끝에 결정했다는 거죠.
맥칼리스터의 직업이 완벽한 위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해요. 나파 밸리 보안관이라 자기 영역의 주인이었고, 누구도 행적을 의심하지 않았고, 부하들이 일상 업무를 처리하니 본인은 자유 시간이 충분했다는 거예요.
문제는 이 논리가 "설정상 합리적이냐" 와 "시청자가 납득하느냐" 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거예요.
원래 레드 존은 브렛 패트리지였을까?
팬덤에서 오랫동안 떠돈 이야기가 있어요. 원래 레드 존은 브렛 패트리지, 그러니까 레드 존 사건 현장에 매번 나타나는 그 법의학 수사관이었다는 거예요.
근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패트리지는 시즌 1 첫 에피소드부터 등장해서 레드 존 사건에 묘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초기 프로모션 포스터에서도 제인 옆에 눈에 띄게 배치됐거든요. 시즌 2쯤 되면 상당수 팬들이 패트리지가 레드 존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시즌 3에서 나온 유명한 단서가 있어요. 제러드 렌프루라는 인물이 죽기 직전 벽에 피로 "He is Ma..."라고 쓰다 죽는 장면인데, 팬들은 이걸 McAllister의 Ma로 해석하기도 하고, Marshall(보안관)로 보기도 해요. 근데 이 장면이 쓰여진 시점에 헬러가 레드 존의 정체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 단서가 정말 맥칼리스터를 가리킨 건지도 사실 불분명한 거예요.
팬들 사이에서는 패트리지가 원래 레드 존이었는데, 너무 일찍 들통나서 바꿨다는 주장이 꽤 강하게 남아 있어요. 헬러가 이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부정한 적도 없고, 처음부터 정해뒀다는 말도 한 번도 안 했거든요.
왜 팬들은 실망했을까
실망의 핵심은 인물의 무게감이에요. 레드 존은 5시즌 반 동안 초인적인 존재로 그려졌거든요. 법 집행 기관 내부에 자기 조직(블레이크 어소시에이션)을 구축하고, 사람들을 세뇌해서 자살까지 시키고, 패트릭 제인을 수차례 앞질렀어요.
그런 존재의 정체가 시즌 1에 한 번 나오고 5시즌 동안 거의 언급도 안 된 시골 보안관이었다는 건, 서사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맥칼리스터에게서 수백 명을 추종시킬 만한 카리스마나 지적 우월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맬컴 맥도웰이 연기한 비쥬얼라이즈 교주 브렛 스타일스 같은 인물이 오히려 그 역할에 훨씬 어울린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게다가 스토리 진행 속도 문제도 컸어요. 5시즌 반 동안 아주 천천히 힌트를 뿌리다가, 시즌 6 들어서 갑자기 8화 만에 모든 걸 끝내버렸거든요. 버트람이 레드 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죽은 줄 알았던 맥칼리스터가 살아서 나타나고, 정체 공개와 사망이 한 에피소드에 다 들어갔어요.
배우 잰더 버클리 본인도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말했어요. 자기가 레드 존인 줄 전혀 몰랐고, 시즌 6 촬영 직전에야 통보받았다고요. 처음엔 자기가 미끼인 줄 알았대요. 시즌 1 때도, 시즌 6 후보 명단에 올랐을 때도요.
장기 미스터리 드라마의 구조적 한계
사실 이건 멘탈리스트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로스트, 덱스터,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장기 미스터리 드라마들이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결말에서 비판을 받았거든요.
미국 네트워크 TV의 구조적 특성이 있어요. 시즌 갱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년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고, CBS 같은 공중파는 매주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에피소드 포맷을 좋아하니까 레드 존 스토리라인에만 집중할 수도 없었던 거예요. 사이먼 베이커도 이 점을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했어요. CBS는 프로시저럴 드라마를 좋아하고 마케팅도 그쪽으로 한다고요.
결국 레드 존이라는 캐릭터가 시즌이 거듭되면서 점점 신화적인 존재로 부풀려졌는데, 어떤 인간 캐릭터를 갖다 놔도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기가 불가능한 지경까지 간 거예요. 헬러 본인도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상적으로는 뿔 달린 숀 코너리가 동굴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농담 섞인 말을 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왜 맥칼리스터였을까
종합하면 이런 그림이 그려져요. 헬러는 초기에 레드 존의 정체를 확정하지 않았고, 서너 명의 후보를 열어둔 채 시즌을 진행했어요. 팬들이 유력 후보(패트리지 등)를 너무 빨리 간파하면서 힌트와 미끼를 계속 뿌렸고, 결국 시즌 5~6 사이에 가장 의외이면서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인물로 맥칼리스터를 낙점한 거예요.
잰더 버클리와의 미팅에서 헬러가 했다는 말이 이 선택의 본질을 잘 보여줘요. 보안관은 가면일 뿐이다. 가면이 그 뒤의 인물과 멀면 멀수록 위장은 완벽해진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에요. 다만 드라마 서사로서 그 가면 뒤의 인물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게 문제였던 거죠.
맥칼리스터라는 선택 자체가 틀렸다기보다, 그 선택을 뒷받침할 서사적 준비가 부족했다는 쪽이 더 정확한 진단인 것 같아요. 중간중간 맥칼리스터를 좀 더 등장시키고, 레드 존으로서의 면모를 은근히 보여줬다면 같은 정체 공개도 훨씬 다른 반응을 얻었을 거예요.
2️⃣ 브렛 패트리지가 원래 레드 존이었다는 팬 이론은 근거가 있지만, 공식 확인된 적은 없어요.
3️⃣ 실망의 본질은 "누구인가"보다 "그 인물을 충분히 보여줬는가"의 문제였어요.
결국 레드 존은 5년 넘게 쌓아올린 미스터리의 무게를 한 명의 인간 캐릭터가 감당할 수 없었던 케이스예요. 어쩌면 레드 존의 진짜 정체는 처음부터 답이 없는 질문이었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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